종종 인간으로서 최상의 상태는 어떠한 상태인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이런 고민은 자연스레 언젠가 불시에 찾아올 죽음까지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 아무튼 가끔 골치가 아프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들을 서로 조리있게 꿰어 나름 인생에 대한 이미지를 만드는 여정에 있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그대들도 각자 고된 일상 속에서도 그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생각한다. 건투를 빈다.
흔히 인생에서 추구해야할 가장 중요한 것으로 '행복'을 말들하지만 나는 솔직히 행복이라는 것이 내 의지로 손에 쥘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확신이 없다. 오히려 일상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행복의 투명하고 밝음보다는 고통이나 권태와 무료함 불편감 같이 인간 조건의 굴레로 인한 탁한 어두운 색감이 배경을 이루고, 행복이란 것도 때가 지나고서야 '아 그때 행복했었던 것 같다'라는 느낌을 주는 정도이고.
도덕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최상의 군자는 백성이 그 존재를 모르는 상태이다.'
무위와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맥락이지만 난 이를 약간 비틀어 개인의 수준에 적용해 본다면 나 자신의 존재마저 잊어버리는 순간이 최상의 상태이며 이 상태를 일컫는 가장 적당한 단어가은 '몰입'이 아닐까 생각한다.
몰입이라는 뜻은 물에 흠뻑 젖어 가라앉는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고 이는 새로운 시공간을 가진 차원으로 이행하는 것은 의미한다.
마치 렌즈의 초점 심도를 바꿀때처럼 자아의 초점을 흐리게 만드는 이 몰입이 상태가 도대체 무엇인가 달리 생각해보면
'자아가 세계를 향해 두 팔 벌려 가장 활짝 열려있는 상태'이며 내가 가장 깊고 넓어져 세계와 가장 깊고 넓게 교통하는 것.
여기서 세계라는 것은 나 이외의 모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몰입을 가져오는 존재들은 무엇일까. 동어반복으로 들리겠지만 바로 미지의 세계, 즉 내가 아직 알지못하는 타자. 그 대상은 누구에겐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이 될 수도 아름다움을 찾는 예술이 될 수도 있고 다른이에겐 어떤 날에 있었던 사소하지만 인상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겠다.
사랑은 자주 몰입을 가져다주는 주제 중의 하나이다 . 알지못하는 타자의 운명에 대한 간절함은 나의 닫힌 경계로 인한 한계를 비추지만 바로 순간이 자신을 거대한 세계에 활짝 열어 교통하는 지점이고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의 명제에 예외를 가하는 드문 사건 중 하나이다.
몰입도 훈련이 필요하다. 육체와 인간의 외부 조건은 유한하고 각자 판이하지만 각자의 정신은 우주를 담을 수 있지 않은가. 사소한 것에도 집중하고 탐구하고 이런 기회를 인생동안 누릴 수 있는 것은 큰 축복이다.
흔히들 말한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 이 말은 작은 것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와 같은 맥락이 아닌가.
사실 글을 쓰다보니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몰입은 세상에 대한 가장 밀도있는 경험이며 '순간이 영원이 되는 지점'이다.
내가 아는 한, 인생에서 가장 추구할만한 인간의 상태 중 하나인 것 같다.
작성자: 익명